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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5. 20:05 - Clarendon

커피빈 에코컵에 대하여.

커피빈은 지구의 날을 맞아 음료를 하나 주문하면 에코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였다

바로 아래와 같은 에코컵.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종이로 만든 컵과 달리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분리수거 할 경우 재활용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생긴 모양새나 용량 또한 기존의 종이컵과 같아 환경파괴의 주범이었던 일회용 종이컵을 완전히 대체하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게 하니 이 얼마나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가


다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뺀다면 말이다.

뚜껑이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는다. 그저 얹어 놓는 정도로 최선인 이 뚜껑은 이 뚜껑의 구멍을 이용하려 할 때 그 무용함이 극에 달한다

줄줄 샌다는 소리다. 덕분에 바닥에 흘린 음료를 닦는 데에 휴지를 사용해 버리고 말았다. 아아 나는 환경파괴의 주범이야 아아 커피빈 너는 공범이야.


다시 이 컵을 보니 이 녀석은 확실히, 전시용에 불과하다. '오늘은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를 사랑합시다!' 하고 예쁘기만하고 무능한 컵을 강남역 전단지마냥 여기저기 뿌려댄 것이다. 그러면 고객은 이야, 커피빈은 좋은 기업이구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구나 하고 나도 이런 착한 기업을 돕는 착한 소비자가 되어야 겠구나 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기로 마음먹고는 에코컵은 찬장에 예쁘게 올려두고 매일매일 커피빈에 출근하기를, 커피빈은 바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커피빈은. 이것은 마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같은 것이다. 뭔지도 모르고 남들 따라한다. 실질적 환경보호에 대한 고심이 전혀 없는 마케팅인 것이다.


이 컵 하나를 만들기 위해 돌아간 공장과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사용한 화석연료와 가동시 그 공장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대하여 생각한다

이 컵 하나, 결국 전시용에 불과한 이 컵 하나를 가지고 있다가 결국엔 버리게 될 나의 모습과

버려진 컵이 재활용 되면서 굳이 다시 낭비될 에너지와

비가역적 에너지 낭비의 비극적 결말에 대하여 생각한다.




아아

같잖은 마음이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다.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