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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 19:57 - Clarendon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를 읽다가 왠지 모르게 많은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어 필사하여 올립니다.





저요오오오오!


  프린스턴 대학원에서는 수요일마다 여러 방면의 사람들이 와서 세미나를 한다. 연사들 중에는 재미있는 사람이 많았고, 강연이 끝난 뒤에 하는 토론은 특히 즐거웠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에는 매우 반가톨릭적인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평소에는 잠을 자다가, 종교에 관련된 연사가 나오면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곤 했다.

  또 한번은 누군가가 시에 관해 강연했다. 그는 시의 구조와 시에서 오는 감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모든 것을 세밀하게 분류했다. 강연이 끝나고 토론을 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학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이젠하트 박사님”

  아이젠하트 박사는 대학원장이었고 뛰어난 수학자였다. 또한 매우 영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딕 파인만 군은 시와 이론 물리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이런 상황에서 그는 항상 나를 물고 늘어졌다.

내가 일어나서 말했다.

“예, 두 분야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죠. 언어의 유사성은 물리학에서 수학공식에 해당하고, 시의 구조는 이론적으로 이러이러한 것과 상호 연관이 있으며, 어쩌구 저쩌구…….”

이런 이야기들로 나는 시와 물리학의 완벽한 유사성을 설파했다. 그러자 연사의 눈은 기쁨으로 반짝였다.

그때 내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시에 대해 어떤 말씀을 하든, 저는 방금 이론 물리학으로 한 것과 같이 어떤 것과도 완벽한 유사성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유사성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이 달린 거대한 홀에서 우리는 늘 점점 썩어가는 학사복을 입고 식사를 했으며, 아이젠하트 원장은 저녁 식사를 할 때마다 라틴어로 기도를 했다. 저녁 식사가 긑나면 원장이 일어나서 말을 할 때도 있었다. 하루는 아이젠하트 박사가 일어서서 말했다.

“지금부터 두 주일 뒤에 심리학 교수 한 분이 오셔서 최면에 대해 세미나를 합니다. 그런데 이 교수님께서는 최면에 대해 그냥 얘기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시범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몇 사람이 최면 시범에 지원해 주었으면…….”

나는 흥분에 휩싸였다. 말할 것도 없이 나는 최면에 관심이 많았다.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젠하트 원장은 서너 명이 지원해서 어떤 사람이 최면이 잘 되는지 최면술사가 시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따라서 학생들이 여기에 지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상에! 그는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아이젠하트는 홀의 맨 앞에 있었고, 나는 맨 뒤에 있었다. 홀에는 학생이 수백 명이나 있었다. 모두들 지원할 것 같았고, 나는 너무 멀리 있어서 원장이 나를 못 볼까봐 두려웠다. 나는 꼭 시범에 참가해야 하는데!

아이젠하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지원자가 있는지 물어보려고…….”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원장이 확실히 들을 수 있도록 힘껏 고함을 질렀다.

“저요오오오오!”

그는 확실히 들었는데, 나말고는 손을 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는 홀 전체로 울려퍼졌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아이젠하트 원장은 즉시 대답하기를

“예, 파인만씨는 당연히 지원할 줄 알았고, 다른 사람은 없습니까?”

마침내 몇 사람이 더 지원했고, 시범이 있기 일주일 전에 그 교수가우리가 최면에 적합한지 알아보러 왔다. 나는 최면이라는 현상을 알지만, 실제로 최면을 당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는 몰랐다. 그는 나에게 최면을 시도했고, 나는 그가 시키는 자세를 취했다.

“당신은 눈을 뜰 수 없습니다.”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눈을 뜰 수 있어. 하지만 이 상황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두고 보자구”

상황은 참 묘했다. 나는 조금 몽롱해졌고, 약간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충분히 눈을 뜰 수는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눈을 뜨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뜻에서는 눈을 뜰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실험을 했고, 나는 최면이 꽤 잘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진짜 시범날이 되자 우리는 무대 위에 올라갔고, 심리학 교수는 프린스턴 대학원생 전부가 보는 가운데 우리에게 최면을 걸었다. 이번에는 최면 효과가 더 컸다. 나는 최면에 걸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최면술사는 여러 가지 시범을 보였고, 그는 내가 평소에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했다. 마칠 때쯤 되자 그는 나에게 최면에서 깨어나면 바로 자기 자기로 돌아가지 말고 방을 한 바퀴 빙 돌고 난 다음에 자리고 가라고 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몽롱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식하고 있었고, 최면술사가 내게 주문한 것에 협력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씨, 이걸로 충분해! 바로 내 자리로 갈 거야.”

무대에서 내려와서 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 나는 곧바로 내 자리로 향했다. 그러나 마음속에 이상하게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걸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방을 한 바퀴 빙 돌고 말았다.

그 후에 다른 상황에서 최면에 걸린 적이 있다. 그때는 최면술사가 여자였는데,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성냥에 불을 붙입니다. 불어서 성냥불을 끄자마자 당신 손등에 갖다댑니다. 당신은 전혀 뜨겁지 않습니다.”

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성냥을 들고 그어대더니 불어서 껐다. 그리고 내 손등에 갖다대었다. 손등이 약간 따뜻할 뿐이었다. 이때 나는 눈을 감고 있었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냐, 여자가 성냥을 켜기는 했지만, 내 손등에 갖다댄 건 다른 성냥이야. 속임수일 뿐이야!”

최면에서 깨어나서 손등을 보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손등에는 덴자국이 있지 않은가? 상처에는 금방 물집이 잡혔고, 물집을 터뜨려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최면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어, 단지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라고 할 때 이것은 내가 실제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